1) 바오로 서간
바오로 서간은 신약성경의 21권 서간 중에 절반이 넘는 13권이라고 이해한다. 이를 라틴어로는 ‘코르푸스 파울리눔 (Corpus Paulinum)’으로 칭하는데 우리말로 굳이 옮기자면 ‘바오로 서간집’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바오로 서간 13권 모두의 경우에는 바오로가 언제나 자신을 저자라고 밝힌다. 곧 ‘나 바오로가 이 편지를 씁니다’나 그와 비슷한 말로 시작된다. 그러나 학자들은 바오로 서간 13권 가운데 7권 만을 바오로의 친서라고 본다. 이‘바오로 친서’에는 로마서, 코린토1·2서, 갈라티아서, 테살로니카 1서, 필리피서, 필레몬서 등이 있다. 나머지 에페소서, 콜로새서, 테살로니카 2서, 티모테오 1·2서, 티토서 등 6권은 후대에 제자들에 의해 보태어지거나 편집되었다고 보아, ‘후기 바오로 서간’ 또는 ‘바오로 후기 문헌’등으로 분류된다. 나아가 옥에 갇혔을 때에 집필한 에페소서, 콜로새서, 필리피서, 필레몬서 등 네 권은 ‘옥중서간’ 또는 ‘수인서간’이라 부르며, 티모테오 1·2서와 티토서 등 세 권은 티모테오, 티토 등 사목자들을 대상으로 집필했기에 ‘사목 서간’이라 한다.
2) 성 바오로 사도의 신학 사상
바오로는 초대 교회로부터 물려받은 신조 등의 그리스도 전승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상을 펼쳤다. 그가 집필한 서간들은 대부분 특정 교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목적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신학적으로 연관하여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바오로의 사상들은 신학적인 이해보다는 신앙의 실천적인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바오로 사상의 핵심은‘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다.
<구원>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1장 16절 이하의 문장에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무엇을 체험하였는가를 종합하고 있다. 즉, 복음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능력과 성령과 굳은 확신 안에서 전해진다(1테살1,5). 이 소식을 받아들인 사람은 장차 닥쳐올 하느님의 진노를 면할 수 있고, 구원을 체험한다. 복음 선포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사랑이 인간들에게 선사되며, 궁극적인 구원은 예수님의 재림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미 이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으나(로마 8,24), 그 구원을 위해 중요한 것은 자기성취가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행위이다.
<하느님의 의로움>
바오로의 사상 중에 가장 중요한 표현들 중의 하나인 ‘하느님의 의로움’은 구약성경의 전반적인 사상에 근거하여 이해할 수 있다. ‘하느님의 의로움’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품성인 ‘하느님의 자비’로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특히 그분의 대속적 죽음으로 드러났고, 사도들의 복음 선포로 선민과 만민에게 알려졌으며, 인간은 복음 선포를 받아들이는 믿음으로써 그 은혜를 받는다. ‘의롭게 되다’라는 뜻은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풀고 인간은 그 자비를 입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그 속에 하느님의 심판하심이 함께 들어있다는 것이다(갈라 3,6; 로마 4,5 등). 또한 바오로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의로움’은 하나의 구원개념이다. 따라서 ‘하느님은 의롭다’라는 말은 사람들의 불충실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자신과 자신의 약속에 충실하며, 예수님을 통해 구원해 주는 분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하느님은 인간이 자신 앞에 설 수 있도록 돌보시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용기를 주시는 것이다.
<속량>
바오로는 구원행위를 자주 속량으로 표현하였다. 구약에서 하느님은 이집트 종살이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킴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았고,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은 신약의 예수님에게 예속된다(탈출 6,6; 이사 43,1 참조). 이러한 구속행위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소유가 되며, 이 부분에서 구약의 체험과 연결된다. 하느님이 구약의 백성을 자신의 백성으로 삼기 위하여 이집트로부터 해방시켰듯이, 하느님은 자신의 사랑 외에는 다른 어떤 이유로도 절대 인간들을 당신 자녀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 속량개념에서 표현되고 있다.
<새로운 창조>
그리스도의 구원행위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바오로는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체험과 연관시킬 뿐만 아니라, 창조에 대한 민족의 지식과도 연결시키고 있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담에 의해 세상에 나타난 인간의 숙명이 그리스도에 의해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로마 8,19) 은총으로 극복되었다. 결국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통하여 인간은 쇄신되며, ‘새로운 창조’라는 표현을 통해서 이런 쇄신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자유>
바오로에게 있어서 자유의 개념은 하느님의 의로움과 관련되어 있다. 바오로는 그리스도화된 인간의 특징으로서 ‘율법과 죄로부터의 자유’를 제시한다. ‘율법’이라는 단어 안에서 인간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일련의 경험과 숙고들을 종합하고 있다. 즉, 율법은 하느님으로부터 왔고 그래서 좋은 것이라 해도, 그것이 어떤 외적인 것으로서 인간에게 주어지는 한 올바로 채워질 수 없다. 따라서 하느님의 의로움을 받아 의롭게 된 사람은 죄와 율법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그러나 지금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자유는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장차 그리스도와 함께 있게 될 때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며, 이 자유를 바오로는 ‘영광’이라고 칭하였다(필리 1,12-26; 2코린 5,1~10)
<인간의로서의 믿음>
바오로는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제안에 대하여 인간에게 요청되는 응답을 ‘믿음’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 믿음은 인간과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로서 인간이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공로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은 것이 아니라,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응답인 믿음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서 활동하는 것으로서, 믿음을 갖고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이웃사랑 안에서 생명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믿음은 사랑을 통해서 활동한다(갈라 5,6). 바오로 사도는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예수 사건’을 풀이하면서 ‘하느님은 사랑의 원천’이라고 하였다(로마 5,8). 예수님은 그 사랑을 완성(갈라 2,20)하였고, 하느님은 그 사랑의 영원성을 예수님의 부활 사건으로 드러내셨다. 또한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새로운 아담’으로 이해하였고, 예수님으로 인해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으며, 예수님이 재림할 때까지 깨어 있으라고 함으로써 긴박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재림이 지연됨에 따라 기쁨과 희망으로 기다려야 하는 생활의 변화와 굳건한 믿음에 대해 강조하는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결국 바오로 사도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말한다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다. 십자가를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하느님께로 온전히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바오로의 신학 사상이다.
3) 바오로 서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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