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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사울의 개종

 

[쉽게 보는 교회 미술 산책] (21) 미켈란젤로의 ‘사울의 개종’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고종희(마리아·한양여대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
 
 
<그림설명>
미켈란젤로, 사울의 개종(부분), 1542-45, 625x661cm, 프레스코 벽화, 바티칸, 성 바오로 경당
 

바티칸 바오로 경당에 그려진 미켈렌젤로의 벽화
갑자기 하늘서 빛이 비쳐 눈이 멀게 된 사울 묘사
 
 
얼마 전 작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세상을 떠나시기 한 달 전 즈음 우리 부부는 작은댁으로 문병을 갔다. 그날 작은 아버지는 우리의 방문을 받고 기쁜 표정으로 맞아 주셨고 안방에서 거실까지 그 짧은 거리를 힘겹게 걸어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셨다. 작은 아버지는 그 때까지만 해도 신자가 아니셨으나 작은 어머니로부터 친구들 중에 신자들이 많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아버지 세례를 받으시면 참 좋아요. 지금까지 지은 죄도 다 용서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영원히 사실 수가 있데요.”
 
작은 아버지는 겨우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로 “글쎄 세례를 받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말씀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3주가 넘는 긴 출장을 가게 되었고, 돌아오던 날 오후 작은 아버지께서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번 더 못 찾아뵈었다는 슬픔이 컸고 자책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향했다.
 
그리고 영정 사진 앞에서 요셉이라는 세례명을 발견했다.
 
“아! 세례를 받으셨구나!”
 
나는 그 사이에 기적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고 슬픔은 컸으나 은총을 베풀어주신 주님께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기적을 보여주셨다. 한 영혼이 생의 마지막에 주님을 알고 떠나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복된 일이 있을까 싶었다. 작은 아버지가 세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두 분의 수녀님과 한 분의 신부님이 계신 며느리 집안의 신앙의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때로 신앙인들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구원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삶이 이 세상에서 끝난다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일까?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복이고 위안인 것 같다.
 
금년은 바오로 성인의 해이다. 올해도 한 달 만을 남겨둔 지금 바오로 성인을 생각하며 잠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바오로 성인의 원래 이름은 사울이며 오늘날 터키에 속하는 다르소 출신이다. 그는 예수님의 사후 그리스도 교인들을 박해하는 악명 높은 앞잡이로서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탄압하였고, 성 스테파노가 돌에 맞아 순교 당할 때에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악명 높은 그리스도교의 박해자 사울이 그리스도교의 열렬한 전도자 바오로로 변신하게 된 경위는 사도행전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런 사울에게도 엄청난 은총이 찾아온다.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췄다. 사울은 땅에 엎어졌다. 그 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제 성 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줄 것이다.”
 
사울은 땅에서 일어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손을 잡고 다마스커스로 데려갔다.
 
그는 삼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기도를 바쳤다.
 
다마스커스에 아나니아라는 예수님의 제자가 있었는데 주님께서 그를 부르셨다.
 
“일어나 거리로 가서 사울이라는 사람을 찾아라. 그는 나를 민족들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주었다.”
 
아나니아는 사울이 있는 곳으로 길을 나섰다.
 
“사울 형제, 당신이 다시 볼 수 있고 성령으로 충만해지도록 당신이 이리 오는 길에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나를 보내셨습니다.”
 
아나니아가 사울의 눈에 손을 얹으니 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며 시력을 회복했고, 세례를 받았다. 이후부터 그는 사울이 아니라 바오로가 되었으며 그의 열정은 그리스도를 전파하는데 쓰였다. 그는 3년간 광야에서 성서를 읽고 묵상을 하면서 사도직을 준비하였다.
 
이후 가는 곳마다 신자들의 공동체를 만들었고, 예수님께서 메시아임을 증명하였다. 바오로 성인은 이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세 차례의 험난한 전도여행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교회를 만들고, 사람들을 그리스도 교인으로 개종시켰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청 내 바오로 경당(Capella Paolina)에 ‘사울의 개종’을 남겼다.
 
이 그림은 성 바오로가 다마스커스로 말을 타고 병사들과 가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그를 비추어 사울이 땅에 엎어지고 눈이 멀게 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바오로의 주변에는 동행한 병사들이 있는데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나뒹굴고 있다. 바오로의 감긴 눈이 떠지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듯 우리도 마음의 닫힌 눈을 떠서 은총을 받고 싶은 마음, 이 해를 보내며 더욱 간절해진다.
 
 
Tip
 
장장 10년여에 걸쳐 시스티나 경당 수선·복구를 마쳤던 교황청은 2004년, 성 바오로 경당과 프레스코화 ‘사울의 개종’, ‘성베드로의 순교’ 등의 복구 작업을 돌입했다.
 
성바오로 경당은 교황이 사적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공간으로, 매년 수백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오가는 시스티나 경당과 달리 일반 신자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는다. 1537~1540년에 세워진 경당은 한때는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장소로도 이용된 바 있다.
 
미켈란젤로는 1542년 교황 바오로 3세의 요청에 따라 경당 내에 두개의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즈음 미켈란젤로는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과 성베드로 대성당의 둥근 지붕 등을 위한 설계 계획에도 바빴고, 작품 제작 도중에는 지병으로 인한 어려움도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돌입한 미켈란젤로는 8년에 걸쳐 벽화를 완성했다. 당시 그의 나이 75세로, ‘사울의 개종’은 그의 마지막 프레스코화 작품이 됐다. 예수님이 원근법에 의해 그려지고 겁에 질린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이 작품의 형태는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와 유사하다.
 
천재적인 조각가이자 건축가, 화가였던 미켈란젤로는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설계 등을 비롯해 시스티나·성바오로 경당 내에 역작들을 남겼다.
 
‘쉽게 보는 교회미술’에서 소개된 바 있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 창조’를 비롯해 벽화 ‘최후의 만찬’, 성베드로 대성당에 놓인 ‘피에타’ 등 역사상 대작으로 평가되는 작품들이 모두 미켈란젤로의 것이다. 500점에 이르는 데생을 포함한 그의 역작들과 그가 남긴 시, 글 등은 동시대는 물론 후세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08년 12월 7일, 주정아 기자]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m/michelan/2paintin/4paul5.jpg)

자료 출처 : 굿뉴스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