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의 수요일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첫날인 재의 수요일은 사순 제1주일 전(前) 수요일을 말합니다.
이날 미사 때 참회의 상징으로 사제가 재를 축복하고 머리에 얹는 ‘재의 예식’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겼습니다.
이 예식에 쓸 재는 지난해 주님수난성지주일에 축복했던 나뭇가지를 불에 태워 만듭니다.
사제는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상기시키며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습니다.
■ 단식과 금육의 날
재의 수요일이 사순시기 첫날로 성립된 시기는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재위 590-604년)때 부터였습니다.
그리고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년)가 이 날에 전 세계교회가 단식과 금육을 지키도록 규정했습니다.
단식은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점심식사는 평소대로 하되, 저녁식사는 요기 정도만 하는 것입니다.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는 단식할 의무가 있고, 이는 만 18세부터 60세까지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금육은 육찬과 육식을 금하는 것으로, 재의 수요일과 더불어 매주 금요일마다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입니다. 단 환자들과 산모들, 여행 중에 있는 이들에게는 단식과 금육에 관한 관면이 주어집니다.
■ 재의 예식
‘재’는 유다인들의 참회표지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죄를 지었을 때 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자루 옷을 찢는 참회예식을 거행했습니다(2사무 13,19; 유딧 4,11. 4,15. 9,1; 에스 4,1; 1마카 3,47. 4,39 참조).
이 예식에서 우리는 사제에게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9참조)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개인적인 슬픔과 비애, 그리고 참회를 공적으로 드러내는 이 상징은 우리의 현세 삶이 허무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비록 현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삶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삶을 준비하는 것임을 깨닫고 하느님의 가르침에 따라 현세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이 사순시기 동안, 우리에게 사랑을 다그치시는 주님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월평하늘 497호(2014. 3. 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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