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림초 유언비어
대림 시기에 우리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며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매주 하나씩 네 개의 초에 불을 붙입니다. 대림초를 준비하고 밝히는 것은, 부활 성야에 밝히는 파스카 초와는 달리, 교회의 공식 전례가 아닌 ‘대중 신심’에 속합니다. 교회 전통에서 가장 최근에 생겨났고 교회 전례에 ‘덧붙여진’ 예식이지요. 이것이 성탄을 준비하는 우리 영혼에 좋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옵션’인 셈입니다.
따라서 파스카 초의 재료, 색상, 개수, 축복 예식, 사용법 등이 예규로 세세하게 정해져 있는 데 반해 대림초는 나라와 지역마다 용법이 제각각입니다. 한국 교구들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색, 연한 자색, 분홍색, 흰색 초를 하나씩 준비합니다. 미국 교회의 『축복 예식서』(Book of Blessings)에 따르면 자색 초 세 개에 분홍색 초 하나, 또는 자색 초나 흰색 초 네 개를 쓸 수 있습니다. 자색 초 네 개에 (성탄 당일에 밝힐) 흰색 초 하나를 더해 다섯 개의 초로 대림환을 꾸미는 교회도 있습니다. 베네딕도 16세 교종의 집무실에는 독일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색 초 네 개로 구성된 대림환이 놓여 있기도 했습니다. 색깔이나 초의 개수뿐 아니라 미사나 성무일도 중에 대림초 축복 예식이 들어가는 자리와 형식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물론 이러한 유연함이 대림초를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교회는 참된 신앙에서 우러난 대중 신심의 다양한 표현을 인정하고 장려하는 동시에 대중 신심의 어떤 형태들은 가끔 가톨릭 교리와 맞지 않는 요소들로 오염될 때도 있음을 조심스럽게 경고합니다. 이러한 일은 특정 예식 요소에 어떤 상징성을 부여할 때 특히 자주 일어납니다.
2001년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 펴낸 「대중 신심과 전례에 관한 지도서: 원칙과 지침」을 보면 대림초의 상징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98. 대림환은 주님 성탄 대축일까지 주일마다 4개의 초를 하나씩 더 켜 감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오시기까지의 구원 역사의 여러 단계를 상기시키며, 정의의 태양이 솟아오르기까지 긴 밤을 점차 밝히는 예언의 빛을 상징한다(말라 3,20; 루카 1,78 참조).
그런데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자료들은 네 개의 대림초가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구약의 4천 년을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구약은 세상 창조부터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까지를 말하는데, 그렇다면 세상은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쯤에 창조되었다는 말입니까?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에 반할뿐더러 성경이나 교회의 전통, 가톨릭 교리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반대로 오늘날 ‘젊은 지구 창조론’으로 불리는 이러한 주장은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는 20세기 초 진화론에 반대하는 근본주의 운동의 하나로 지구의 나이를 1만 년 이하로 축소하여 이해하려 했던 미국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 교회(The Seventh-day Adventist Church)에 있습니다.
대림초에 관한 교리 교육을 할 때 이러한 사실을 잘 인식하여 의도치 않게 건강한 신앙 감각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면 좋겠습니다.
[2019년 12월 15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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