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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탐구 생활(5)(6)(7)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5)(6)(7)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① 말씀의 ‘곳간’이 열리다

 

지난 2019년 9월 30일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발표하시며,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하여 봉헌하는 날”로 선언하셨습니다(3항). 올해 처음 기념하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1월 26일)을 잘 준비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3회에 걸쳐 특집을 연재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함께 지난 400년 동안 이어져 온 로마 가톨릭 전례의 개정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열매 가운데 하나는 신자들이 성경의 보화를 더 넓고 깊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더욱 풍성한 식탁을 신자들에게 마련하여 주도록 성서의 보고를 더 활짝 열어, 일정한 햇수 안에 성서의 더 중요한 부분들이 백성에게 봉독되어야 한다.”(「전례 헌장」 51항)는 공의회의 선언은 미사 독서 체계를 재정비하는 밑그림이 되었습니다. 이 정신을 이어받은 공의회 후속 전례 개정 위원회는 미사 독서 목록을 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뚜렷한 사목적 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전례주년 전체에, 특히 부활 사순 대림 시기 독서의 구체적인 선택과 배정은 그리스도 신자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믿음을 차츰 깊게 하고 구원 역사를 더욱 깊이 깨닫게 하는 목적을 갖는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60항)

 

그 결과, 특히 이전과 비교해 볼 때 훨씬 풍성하고 일관된 성경 본문이 전례 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1570년 미사 경본에 따른 독서 체계에서는 4복음서의 경우 22%, 복음을 제외한 신약성경의 말씀은 11%만을 읽었습니다. 구약성경은 오로지 층계송(시편), 파스카 성야,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공현 대축일과 그 팔일 축제, 성주간을 비롯한 몇몇 평일 독서에만 들어있었습니다. 그마저 1951년에는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미사에서 구약성경 본문을 빼고, 주님 부활 성야 미사의 구약성경 본문도 12개에서 4개로 줄였습니다. 그 결과 1년 단위로 돌아가던 전례 주기에 따른 독서는 전체 구약성경의 1%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속 전례 개정 위원회는 주일 미사의 복음 전 독서를 2개로 늘리고, 주일과 축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구약성경의 본문을 배치하였습니다. 독서 주기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신자들이 전례 안에서 성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하였습니다. 현행 3년 주기 미사 독서 체계는 대략 구약성경 14%, 신약성경 72% 정도의 말씀을 전례 안에서 들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전례 개정 위원회는 전례 안에서 성경이 울려 퍼지게 하는 실제 방식도 손질하였습니다. 먼저, 성찬 전례(Liturgia eucharistica)의 예비 역할 정도로 여겨졌던 미사의 전반부에 처음으로 ‘말씀 전례(Liturgia verbi)’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하고, 성찬 전례와 밀접히 결합되어 오직 하나의 예배 행위를 이룬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품위에 맞도록 오랫동안 사라졌던 ‘하느님 말씀의 식탁’인 독서대를 복원하였습니다. 이전까지 독서와 복음 모두를 성직자가 제대에서 조용히 혼자 읽었는데, 이제는 독서대에서 “독서자가 독서를 하고, 부제, 또는 주례자가 아닌 다른 사제가 복음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59항). 이전까지는 독서 본문을 다 읽고 나서 성직자 혼자 “하느님, 감사합니다(Deo gratias).” 하는 말로 끝냈는데, 이제는 각 독서 다음에, 독서를 봉독한 사람이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고 환호하면 회중이 이에 응답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교회의 전례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살이 되신 말씀’의 신비를 가까이서 보고, 듣고,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그 말씀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기를 바랍니다. 다음 회에서는 이 과정이 실제 거행을 통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뤄 보겠습니다.

 

[2020년 1월 19일 연중 제2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출처 : 굿뉴스 > 자료실 > [전례] 전례 탐구 생활 5: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1) 말씀의 곳간이 열리다

 

 

 

② 말씀 거행하기 : 「복음집」 사용

 

6세기 프랑스 아를의 주교였던 체사리오 성인께서 하신 강론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말해 보십시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하느님의 말씀입니까, 아니면 그리스도의 몸입니까? 여러분이 제대로 답하고 싶다면 분명히 하느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의 몸과 같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실 때 행여 바닥에 떨어뜨릴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말씀이 분심으로 우리의 마음을 떠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 말씀을 무심하게 듣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떨어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죄가 되는 일입니다.”

 

체사리오 성인 말고도 역사상 많은 교부들과 공의회가 성경을 그리스도의 몸처럼 공경하였고, 성찬 전례를 장엄하게 거행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그 품위에 맞게 거행하는 데에도 온갖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네 복음서를 중요하게 여겨 복음 선포를 언제나 말씀 전례의 절정으로 삼았습니다. 복음의 이러한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교회는 성경의 다른 본문을 담고 있는 전례서(「미사 독서」)와 구별하여 네 복음서만 따로 담은 전례서(「복음집」)를 만들고 아름답게 장식하였습니다. 그리고 「복음집」을 다른 「미사 독서」보다 더욱더 공경하였습니다. 오늘날도 주교좌성당 또는 규모가 크고 신자들이 많이 모이는 본당이나 성당에서는 다른 「미사 독서」와 구분하여 아름답게 장식한 「복음집」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지난 2017년 전례서들을 새로 편찬하면서 「복음집」을 따로 펴냈습니다. 그리고 그 서문에 「복음집」을 사용하여 거행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식에 대한 안내를 수록하였습니다.

 

먼저, 미사 전례에서 「복음집」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봅시다. 입당 행렬에서 부제나 다른 전례 봉사자는 「복음집」을 조금 높이 받쳐 들고 사제 앞에 서서 제대로 나아갑니다. 제단에 이르러 경의를 표시하지 않고 곧바로 제대에 다가가서 제대 중앙에 「복음집」을 내려놓습니다. 그다음 부제는 사제와 함께 제대에 깊은 절을 하며 경의를 표시합니다. 다른 전례 봉사자가 「복음집」을 들고 왔다면, 제대에 「복음집」을 내려놓고 깊은 절을 한 다음 정해진 자리로 갑니다.

 

복음 환호송을 노래하는 동안 회중은 모두 서서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환영하고 찬양합니다. 주례 사제가 향을 축복한 후에 봉사자들은 향을 피운 향로를 들고 또 촛불을 켜 들고 「복음집」이 놓여 있는 제대를 향해 나아갑니다. 복음을 선포할 직무자(부제 또는 사제)는 제대에서 「복음집」을 들고, 향로와 촛불을 든 봉사자들을 앞세우고, 독서대로 가서 예식 규정에 따라 복음을 선포합니다. 향을 쓸 때 직무자는 「복음집」에 향로를 두 번씩 세 번 흔들어 분향합니다. 복음 선포가 끝나면 「복음집」은 주수상이나 알맞고 품위 있는 다른 곳에 모셔 둘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만 아주 많은 감각적 표지들이 하느님의 말씀, 특히 복음을 둘러싸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장식한 「복음집」과 그 중심에 「복음집」이 우뚝 솟은 행렬이 우리 눈을 사로잡고, 우리 몸이 그 앞에서 굽혀집니다. 타오르는 향 연기와 냄새가 말씀을 찬양하는 소리와 어우러져 ‘기쁨의 축포’가 됩니다. 우리의 오감을 사로잡는 이러한 거행방식은 우리를 하느님 말씀의 깊은 핵심으로 인도합니다.

 

이 외에도 「복음집」은 「어른 입교 예식」의 ‘받아들이는 예식’을 거행할 때 행렬과 복음서 수여 예식에 사용할 수 있고, 장례 예식 때 시신을 모신 관 위에 믿음의 표지로 놓아둘 수도 있습니다. 새 본당 신부님이 부임해서 처음 드리는 미사의 말씀 전례 때 주임 신부는 주교나 그 대리인으로부터 「복음집」을 건네받아 복음을 선포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 「복음집」은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하느님 말씀의 살아있는 신비를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2020년 1월 26일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해외 원조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출처 : 굿뉴스 > 자료실 > [전례] 전례 탐구 생활 6: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2) 말씀 거행하기 - 복음집 사용

 

 

 

③ 독서자가 지켜야 할 전례 예절

 

미사 전례의 각 부분마다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 봉사자가 있습니다. 말씀 전례를 거행할 때는 주례자, 독서자, 시편 선창자, 복음 선포자가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중에 독서자가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알아봅시다.

 

먼저 독서자가 합당한 공경을 드리는 대상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74-275항에는 예식이 거행되는 동안 전례 봉사자들이 경우에 맞게 공경을 표시하는 대상 목록이 나와 있는데, 이 목록에는 말씀 전례의 ‘식탁’과 전례서 역할을 하는 독서대와 『미사 독서』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독서대와 『미사 독서』에는 전례 중에 공경을 표시하지 않는데, 이는 제대와 『복음집』에만 공경을 유보함으로써 제대와 『복음집』을 차별적으로 부각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첫째 독서와 둘째 독서를 선포하는 독서자는 제대에 공경의 표시로 몸을 굽혀 절하지만 독서대와 『미사 독서』 앞에 선 다음 그 앞에 다시 절하지 않습니다.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모인 하느님의 백성(회중)을 향해 존중의 의미로 절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회중은 “제대 위에 빵과 성작을 준비한 다음”(「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76 ㄹ) 분향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독서를 하기 전에 회중을 향하여 인사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주례 사제에게 독서 할 권한을 위임받는 행위로 독서자가 주례 사제에게 인사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 나오는 ‘독서자’가 독서직을 받은 정규 독서자이고, 실제 본당 전례에서는 대부분 일반 평신도가 독서를 맡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를 넣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사 독서 목록 지침」은 “전례 회중 안에는 독서직을 받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독서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알맞은 평신도 몇 사람을 잘 준비시켜 언제라도 이 임무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52항)고 규정하면서, 독서자의 범위를 ‘준비된 평신도’로 활짝 열어놓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등급의 봉사자(이를테면 부제나 사제)가 있어도 “독서자에게는 성찬례 거행에서 수행해야 할 고유 임무가 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99항, 「독서 목록 지침」 51항)고 단언합니다.

 

따라서 독서자로 선정된 이는, 비록 정규 독서직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미 “고유한” 독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지, “더 높은 등급의 봉사자”로부터 그때그때 직무를 위임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독서 권한을 위임받는 동작으로 주례 사제에게 인사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동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독서자는 독서대에 오르고 내려올 때 제대에만 공경의 표시로 인사를 드립니다.

 

말씀 전례는 묵상에 도움이 되도록 결코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말씀 전례 거행 동안 짧은 침묵의 시간을 두어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느님 말씀을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기도로 응답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독서자는 충분한 여유를 두고 주례자와 전례 봉사자, 회중 전체가 잘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한 다음 분명하고 큰 목소리로 누구나 알아듣게 말씀을 선포하고, 선포를 마친 다음에도 알맞게 침묵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제주교구에서는 독서자가 본문을 다 읽은 다음 대략 5초의 여유를 두고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고 노래하면 회중도 노래로 받습니다. 그리고 첫째 독서와 화답송 사이, 둘째 독서와 복음 환호송 사이에는 약 1분 동안 침묵하며 들은 말씀을 묵상합니다.

 

전례 중에 지켜야 할 이 모든 예절이 조금 까다로워 보일 수 있습니다. 독서자 개인이 사전에 신경 써야 할 여러 가지 준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내 생각과 기분에 좌우되는 사사로운 말을 버리고, 세상 만민을 위한 하느님의 말씀을 내 입에 담기 위한 과정임을 떠올려 본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씀 선포의 봉사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출처 : 굿뉴스 > 자료실 > [전례] 전례 탐구 생활 7: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3) 독서자가 지켜야 할 전례 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