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보편 지향 기도
신앙 고백이 끝나면 우리는 보편 지향 기도에서 온 교회의 필요와 전 세계의 구원을 위한 우리의 청원을 드립니다. 신자들은 그들 자신과 세상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그들이 세례 때 받은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이 때문에 ‘신자들의 기도’라고도 불리는 이 기도는 미사의 가장 오래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155년, 순교자 성 유스티노는 로마 황제에게 그리스도인들이 미사 중에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는 서신 형식의 글을 썼는데, 성경 독서와 강론 다음에 이어지는 기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다음에는 모두 함께 일어나 기도를 합니다. 우리가 삶과 행동으로 의로운 사람이 되고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이 되어 영원한 구원을 얻도록, 우리 자신과 …… 다른 사람들과, 또 그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든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대신 간청하고 탄원하는 기도의 일종인 ‘전구’(轉求)는 고대 유다인 회당의 예배에서 볼 수 있는 기도 형태로, 초대 교회도 이를 이어 받았습니다. 헤로데가 베드로를 감옥에 가두자 예루살렘 교회는 그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였고, 그날 밤 천사가 나타나 그를 사슬에서 풀어주었습니다(사도 12,1-7), 성 바오로는 제자 티모테오에게 가르침을 줄 때 모든 사람을 위하여 전구를 드리라고 말합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여, 우리가 아주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구원자이신 하느님께서 좋아하시고 마음에 들어 하시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1티모 2,1-4). 바오로도 자신이 세운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였고(1테살 1,2-3), 그들에게도 자신의 활동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2코린 1,11). 신약 성경이 이렇듯 강력하게 전구 기도를 권고하고 있는 만큼, 그리스도교 초창기부터 보편 지향 기도가 공식적으로 미사 안에 둥지를 튼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미사 전례가 성직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신자들의 기도는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복원되었습니다. 공의회는,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 사제가 되게” 하셨고(묵시 1,5-6 참조), 서품된 사제만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1베드 2.9)이기 때문에, 신자들이 세례 때 받은 사제직을 정당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길이 더 넓게 열리기를 바랐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신자들의 기도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옛 전통은 신자들의 기도를 드리기 전에 예비 신자들을 성당에서 나가게 하여,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고 서로가 일치를 이루는 이 기도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 특별한 은총임을 드러내었습니다.
보편 지향 기도로 말씀 전례가 끝납니다. 미사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신자들은 성경을 통해 선포되고, 강론을 통해 해설되며, 신경을 통해 요약되는 주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 말씀으로 양육된 신자들은 이제 교회와 세상의 필요를 위한 기도로 응답합니다. 이 기도는 우리가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필리 2,4) 주는 보편적인 정신을 지니도록 단련시키고, 다른 모든 이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성찬 전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켜 줍니다.
[2021년 1월 10일 주님 세례 축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다음 이사짐 미정리 > 교리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례 탐구 생활(34) 성찬 전례의 구조 (0) | 2021.08.10 |
---|---|
전례 탐구 생활(30)(31)(32) 신경 : 그리스도인의 ‘쉐마’ (0) | 2021.08.09 |
전례 탐구 생활(29) 강론 (0) | 2021.08.09 |
전례 탐구 생활(28) 복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0) | 2021.08.08 |
전례 탐구 생활(27) 화답송 : 말씀의 메아리 (0) | 2021.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