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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탐구 생활(34) 성찬 전례의 구조

(34) 성찬 전례의 구조

 

성찬 전례는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을 재현합니다. 그러나 성찬례 제정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마태 26,17-35; 마르 14,12-31; 루카 22,7-38; 1코린 11,23-26 참조)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그날의 사건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 기록들끼리도 그날 있었던 일의 세부 내용을 다르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을 때, 제자들은 이 명령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이후 교회 공동체는 사도들로부터 전해 받은 마지막 만찬의 핵심에 따라 예식을 만들고 수정해 나갔습니다. 그 핵심이란 빵과 잔을 두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기본 동작을 말합니다. 마지막 만찬 때에 예수님은,

 

① 방/잔을 들고

② 찬미/감사를 드리신 다음,

③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십니다. 이 동작에 예수님의 말씀이 따릅니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는 내 피의 잔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예수님께서는 보잘것없는 재료로 지치고 배고픈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을 때도 같은 동작을 보여주십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던 것입니다(마태 14,19; 마르 6,41; 루카 9,16; 요한 6,11 참조),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도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식탁에 앉아 최후 만찬 때와 똑같이 행동하시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루카 24,30). 이렇듯 빵의 기적과 엠마오의 체험 이야기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드신 마지막 만찬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72항에서는 성찬 전례가 성경과 성전으로 전해 내려온, 최후의 만찬 때 그리스도께서 하신 말씀과 행동에 일치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 예물 준비에서 빵과 포도주와 물을 제대로 가져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받아 드셨던 것들입니다.

 

- 감사 기도에서는 하느님의 모든 구원 활동에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 기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빵과 잔을 나누어 주시며 하신 말씀을 사제의 입으로 똑같이 말하는 데서 절정에 이릅니다. 이 기도로 예물은 우리 서로가 이루는 친교의 원천이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됩니다.

 

- 빵을 나누고 성체를 받아 모시면서 신자들은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주님의 몸인 하나의 빵을 나누어 먹고 하나의 성작에 담긴 주님의 피를 나누어 마십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손수 사도들에게 나누어 주신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성찬 전례를 가만히 묵상하다 보면 빵의 기적이 벌어진 풀밭, 엠마오로 가는 길에 하룻밤 묵게 된 여인숙의 초라한 식탁,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어느 다락방에 맴도는 예수님의 따뜻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2021년 1월 24일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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