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 고대도시 유적지의 첼수스(Celsus) 도서관 옆에 있는 평민들의 아고라(시장) 모습입니다. 당시 아르테미스 여신상 모형을 팔던 은장이들의 상점이 밀집해 있던 곳으로, 데메드리오라는 은장이가 동료들과 시민들은 선동해서 사도 바오로를 근처에 있는 노천극장으로 끌고가 난동을 부린 것으로 사도행전(19,21-40)은 전하고 있습니다. 2007년 4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에페소(Ephesus)
로마 제국의 도미시아누스 황제(81-96년 재위)는 말년에 자신을 ‘주님이요 하느님’(Dominus et Deus)이라 자처하며 황제 숭배를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는 유대교인과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요한 묵시록 저자는 에페소 일대 아시아 속주 일곱 교회에 편지를 보내 신앙을 굳건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 성경에서 ‘일곱’이란 전부를 상징하는 충만한 숫자이기 때문에 묵시록의 일곱 교회에 보낸 것은 결국 세상 모든 교회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에페소 일대 아시아 지방은 사도 바오로의 주 활동 무대이기도 했지만 1세기 말엽 요한계 문헌이 기록될 당시에는 사도 요한의 영향력이 더 컸었다고 한다. 그래서 비잔틴 시대에 지어진 거의 대부분의 성당들이 요한에게 봉헌된 성당으로 명명되었다.
터키 이즈미르(Izmir, 성경상의 스미르나) 항구도시에서 남쪽으로 74km 정도 떨어져 있는 에페소(현재의 셀주크 마을 부근)는 사도 바오로 시대만 해도 번창한 항구도시였으나 카이스트로스(Kaystros) 강으로 흙이 내려와 현재는 배가 드나들지 못한다. 요한 묵시록의 일곱 교회 가운데 하나이며(묵시 1,11; 2,1), 사도 바오로가 제3차 전도여행 중인 53년경에 27개월 가까이 머문(사도 19,8. 10; 20,31 참조) 에페소는 페르시아, 그리스, 페르가몬 왕국의 지배를 거쳐 기원전 129년 로마제국 아시아 속주의 수도가 되었다. 그만큼 에페소는 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에 있던 그리스 도시들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곳이었다.
사도 바오로는 제2차 전도여행 때(50-52년경) 고린토 교회를 창립한 다음, 프리스킬라와 아퀼라 부부를 데리고 코린토 동쪽 외항 켕크레애에서 배를 타고 에페소에 상륙하여 그곳에 그들을 남겨두고 자신은 카이사리아와 예루살렘을 거쳐 안티오키아로 되돌아갔다(사도 18,18-22). 그리고 53년경 제3차 전도여행(53-58년경)중 터키 중부 갈라티아(Galatia) 지방 교회와 그 남쪽 프리지아(Phrygia) 지방 교회(데르베, 리스트라, 이코니온,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를 둘러보고 나서 에페소로 가서 27개월을 머물며 활발히 전도한 도시이다. 사도 바오로는 또한 에페소에서 여러 편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유실되고 코린토 교회에 보낸 두 편의 편지만이 남아 있다.
에페소에는 옛 시내와 아야솔루크 요새 중간 지점에 풍요와 다산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신전이 있었다. 아르테미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디아나라고 한다. 이 신전은 사도 바오로 당시에 이미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인정받을 정도였기에 온 아시아에서 순례객들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에페소의 은장이들은 아르테미스 여신상 모형을 만들어 순례객들에게 팔아 커다란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의 활발한 선교로 수입이 줄자 은장이들의 대표인 데메드리오가 동료 은장이들과 시민들은 선동해 난동을 피웠고(사도 19,21-40), 바오로는 에페소 로마군 병영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렇듯 사도 바오로의 주된 선교 지역이었지만, 1세기 말경 요한계 문헌들이 집필될 때에 에페소를 비롯한 아시아 교회들은 대부분 요한의 영향 하에 들게 되었다. 일례로 요한 묵시록 저자가 아시아의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2-3장)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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