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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칙서『자비의 얼굴』 해설(10) - 사랑이 꽃이라면 자비는 열매입니다. 23항

프란치스코 교황 칙서『자비의 얼굴』 해설(10)

 

사랑이 꽃이라면 자비는 열매입니다. 23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하느님의 자비를 거행하는 희년이 다른 숭고한 종교전승들과 함께 만나고 서로 돌보는 것을 신뢰한다. 서로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열렬한 대화로 서로의 문들이 열리고, 경멸하는 모든 형태의 닫힌 마음을 제거할 것이며, 폭력과 차별의 모든 형태를 배격할 수 있다고 바란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사랑, 자비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다르다. 만일 하느님의 사랑이 꽃이라면 하느님의 자비는 열매이다. 공자도 수제자인 자공이 인(仁)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이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뜻으로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의 신조어이기도 하다.


기원후 2세기 랍비유대교 경전 미쉬나를 한마디로 요약하라는 이방인의 질문에 랍비 힐렐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이웃에게 하지 마시오. 이것이 토라의 전부이며 나머지는 그저 각주일 뿐입니다. 가서 이것을 공부하고 실천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자신이 당하기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토라의 전부이며 핵심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토라와 논어의 말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바라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종교는 타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그 가르침의 중심에 있다.


그런데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황금률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루카 6,31) ‘하지 말라’는 부정문 대신 예수님께서는 ‘하라’는 긍정문으로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요청하신다.


이와 같이 자비는 교회 밖에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 자비는 우리를 유다교와 이슬람교와 관계를 맺게 해 준다. 이 두 종교는 자비를 하느님의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여긴다. 이스라엘은 이 계시를 처음으로 받았다. 이 계시는 온 인류와 나누어야 하는 헤아릴 수 없는 풍요의 원천으로 역사 안에 남아 있다. 잘 알려진것처럼 구약 성경의 내용은 자비로 가득차 있다. 주님께서 당신의 백성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을 때 그들을 위하여 하신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슬람교는 창조주를 자비로우시고 인자하신 분이라고 부른다. 무슬림들은 그들의 나약한 일상에서 자비가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지지하여 준다고 느끼며 이 호칭으로 자주 기도한다. 무슬림들도 하느님 자비의 문이 늘 열려 있기에 그 누구도 그 자비에 한계를 둘 수 없다고 믿는다.


교황님은 이 자비의 희년에 이 종교들과 또한 다른 고귀한 종교 전통과의 만남이 촉진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희년에 우리가 더 활발한 대화를 나누어 서로를 더욱 잘 알고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희년에 모두 닫힌 마음과 서로 무시하는 마음을 없애고 모든 폭력과 차별을 몰아내기를 바란다.

 

2015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11월 22일]
곽승룡 신부 /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