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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그리고 나/찬미받으소서

제2장. Ⅳ. 창조의 조화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전하는 메시지

84.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내세우면서 모든 피조물이 각기 기능이 있고 그 어느 것도 필요 없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물질세계 전체는 하느님의 사랑, 곧 우리에 대한 무한한 자애를 나타냅니다. 흙과 물과 산, 이 모든 것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루만지십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우정의 역사는 언제나 매우 개인적인 의미를 지니는 특정 장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추억이 깃든 장소를 마음에 담아 둡니다. 산속에서 성장하거나 어릴 때 냇가에 앉아 물을 마셔 본 이들, 또는 동네 공터에서 놀아 본 이들이 그 추억의 장소로 돌아가면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되찾으라는 부름을 받았다고 느끼게 됩니다. 

85. 하느님께서는 소중한 책을 쓰셨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피조물들입니다.”* 캐나다 주교들은 하느님의 이러한 계시에서 배제된 피조물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가장 뛰어난 장관에서부터 가장 작은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경탄과 경외의 끊임없는 원천입니다. 이는 또한 하느님의 끊임없는 계시입니다.”** 일본 주교들도 매우 시사하는 바가 있는 말을 하였습니다. “모든 피조물이 자신의 존재를 노래하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은 하느님 사랑과 희망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조물에 관한 이러한 관상은 모든 것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고자 하시는 가르침을 발견하게 합니다. “믿는 이들에게 피조물에 관한 관상은 메시지를 듣고, 역설적인 무언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에 담겨 있는 고유한 계시와 더불어, 작렬하는 태양과 드리워진 어둠 안에도 하느님께서 계시하시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계시에 주의를 기울이면 인간은 다른 피조물들과 이루는 관계 안에서 자신을 깨닫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나는 세상을 표현하면서 나 자신을 표현합니다. 나는 세상의 거룩함을 헤아려 보면서 나 자신의 거룩함을 살펴봅니다.”******

* 요한 바오로 2세, 「교리 교육」, 2002.1.30., 6항,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 25/1(2002), 140. 
** 캐나다 주교회의 사회 문제 위원회, 사목 교서 ‘하느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십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You Love All that Exists. All Things are Yours, God, Lover of Life), 2003.10.4., 1항.
*** 일본 주교회의, ‘생명에 대한 경외. 21세기를 위한 담화’(Reverence for Life. A Message for the Twenty-First Century), 2000.1.1., 89항.
**** 요한 바오로 2세, 「교리 교육」, 2000.1.26., 5항,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 23/1(2000), 123.
***** 요한 바오로 2세, 「교리 교육」, 2000.8.2., 3항,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 23/2(2000), 112.
****** 폴 리쾨르(Paul Ricoeur), 『의지의 철학, 제2권: 유한성과 책임』(Philosophie de la Volonte, t. II: Finitude et Culpabilite), 파리, 2009, 216.


86.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세상 전체는 하느님의 다함없으신 풍요를 보여 줍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다수성과 다양성이 “제1원인의 뜻”에서 나온다고 현명하게 강조하였습니다. 그 제1원인은 “하느님의 선하심을 드러내시고자 각 사물 안에 부족한 것이 다른 것들로 보충되기를 바라신 분”*이셨습니다. 하느님의 선하심은 “단 하나의 피조물이 적절하게 반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다양한 관계 안에서 피조물의 다양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전체 계획에서 성찰할 때 모든 피조물의 의미와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피조물들이 서로 의존하기를 바라신다. 해와 달, 전나무와 작은 꽃 한 송이, 독수리와 참새, 이들의 무수한 다양성과 차별성의 장관은 어떠한 피조물도 스스로는 불충분함을 의미한다. 이들은 다른 피조물에 의존하여 서로 보완하며, 서로에게 봉사하면서 살아간다.”****

* 「신학 대전」, I, q.47, art.1.
** 「신학 대전」, I, q.47, art.1.
*** 「신학 대전」, I, q.47, art.2, ad.1; art.3 참조. 
**** 『가톨릭 교회 교리서』, 340항.


87.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흠숭하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이러한 찬미와 흠숭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아름다운 노래에서 나타납니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특히 형제인 태양으로 찬미받으소서.
태양은 낮이 되고 주님께서는 태양을 통하여 
우리에게 빛을 주시나이다. 
태양은 아름답고 찬란한 광채를 내며
지극히 높으신 주님의 모습을 담고 있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누이인 달과 별들로 찬미받으소서. 
주님께서는 하늘에 달과 별들을
맑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지으셨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형제인 바람과 공기로, 
흐리거나 맑은 온갖 날씨로 찬미받으소서.
주님께서는 이들을 통하여 피조물들을 길러 주시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누이인 물로 찬미받으소서. 
물은 유용하고 겸손하며 귀하고 순결하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형제인 불로 찬미받으소서. 
주님께서는 불로 밤을 밝혀 주시나이다. 
불은 아름답고 쾌활하며 활발하고 강하나이다.”*

* 피조물의 찬가, FF 263.

 

88. 브라질 주교들은 자연 전체가 하느님을 드러내 보일 뿐만 아니라 그분의 현존의 자리임을 강조하였습니다. 모든 피조물 안에는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서 살아 계시며 우리가 하느님과 관계를 맺도록 초대하십니다.* 이러한 현존의 발견은 우리가 “생태적 덕목들”**을 키워 나가게 합니다. 이는 하느님의 충만을 지니고 있지 않은 이 세상 만물과 하느님 사이에 무한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피조물들을 잘 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에 적합한 고유한 자리를 인정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피조물들이 워낙 작아서 우리에게 줄 수 없는 것들을 무리하게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 브라질 주교회의, ‘교회와 생태적 문제들’(A Igreja e a Questao Ecologica), 1992, 53-54항 참조. 
** ‘교회와 생태적 문제들’, 61항.

 

출처 :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