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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그리고 나/찬미받으소서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3-6항]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3. 50여 년 전에 세계가 핵 위기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던 무렵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는 전쟁 반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평화를 제안하는 회칙을 반포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가톨릭 세계"뿐 아니라 "선의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발표하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세계적인 환경 악화에 당면하였기에 저는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지속적인 선교 쇄신을 촉구하고자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썼습니다. 이제 저는 특별히 우리의 공동의 집에 관하여 모든 이와 대화를 나누고자 이 회칙을 씁니다.

 

4.  『지상의 평화』가 발표되고 8년이 지난 1971년,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생태 문제가 무절제한 인간 행위의 "비극적 결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을 불법 사용함으로써 자연을 파괴할 위함에 직면하고 인간 스스로가 도리어 이런 타락의 희생물이 될 위험도 없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에도 "산업 문명의 역효과에 따른 생태적 재난"의 가능성에 대하여 비슷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뛰어난 과학적 발전, 가장 놀라운 기술 능력, 가장 엄청난 경제 성장은 참다운 사회적 도덕적 발전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인간을 대적하게 될" 것이므로 "인간 행위의 근본적인 변화가 긴급하게 필요하다."** 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 바오로 6세, 교황 교서 『팔십주년』(Octogesima Adveniens), 1971.5.14., 21항 『교회와 사회』, 한국천쥬교중앙협의회, 2003(제1판 2쇄), 『사도좌 관보』(Acta Apostolicae Sedis: AAS) 63(1971), 416-147면,

** 바오로 6세,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FAO) 설립 25주년을 맞이하여 한 연설, 1970.11.16., 4항, ASS 62(1970), 833면

 

5.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이 문제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당신의 첫 회칙에서 인간이 자주 "자연환경을 놓고서 즉각적 이용과 소비에 유익한 것 말고는 다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고 경고하셨습니다. 나중에 교황께서는 세계적인 생태적 회개를 요청하셨습니다.** 또한 "참다운 인간 생태론의 윤리적 환경을 보호하려는"***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세상을 맡기셨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 생명 자체가 많은 타락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선물이기에 인간 환경의 파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우리의 세상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모든 노력은 "생활양식, 생산과 소비 양식 그리고 오늘날 사회를 다스리는, 이미 확립된 권력 구조의 변화를 요청합니다."**** 참다운 인간 발전에는 도덕적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온전한 존중을 전재로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각 사물의 본성과 그것이 질서 있는 체제, 정확히 말해서 '우주'에서 차지하는 상호 연관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므로 현실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능력은 하느님께서 최초로 주신 본래의 선물을 바탕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인간의 구원자』(Redemptor Hominis), 1979.3.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1(제2판 1쇄), 15항 ASS 71(1979), 287면.

** 요한 바오로 2세, 『교리교육』(Catechesis), 2001.1.17., 4항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Insegnamenti di Giovanni Paolo II), 41/2(2001), 179 참조.

***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백주년』(Centesimus Annus), 1991.5.1, 38항, 『교회와 사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AAS 83(1991), 814면 참조

**** 『백주년』, 58 항

*****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Sollicitudo Rei Socialis), 1987.12.30., 34항, 『교회와 사회』, AAS 80(1988), 559면

****** 베네딕토 16세, 교황청 외교 사절들에게 한 연설, 2007.1.8., ASS 99(2007). 73면

 

6. 저의 전임자이신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도 "세계 경제의 역기능과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고 환경 존중을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 성장 모델의 수정"*을 제안하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세상을 그 일부 요소들만 따로 떼어 분석할 수 없다고 보셨습니다. "자연이라는 책은 하나이고 나눌 수 없는 것으로" 환경, 생명, 성, 가정, 사회관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 훼손은 실제로 인간 공존을 실현하는 문화가 긴밀히 관련"**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우리가 무책임한 행동으로 자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사회 환경도 해를 입었습니다.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의 훼손은 모두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 때문에 발생하였습니다. 이 악은 바로 우리의 삶을 이끌 만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진리가 존재하지 않기에 인간의 자유는 무한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잊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아닙니다. 인간은 자신을 창조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는 정신과 의지뿐 아니라 본성도 있습니다."*** 아버지다운 마음으로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피조물이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우리에게 촉구하셨습니다. 곧 "우리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리고 모든 것을 그저 우리의 소유물로 여겨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한다면" 피조물의 손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높은 법정이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 자신 이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면 피조물의 착취가 시작됩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청 외교 사절들에게 한 연설, 2007.1.8., ASS 99(2007). 73면

** 베네딕토 16세,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2009.6.29.,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3(제1판 4쇄), 51항, AAS 101(2009) 687면,

*** 베네딕토 16세, 독일 연방 회의에서 한 연설, 베를린, 2011.9.22., AAS 103(2011), 664면

**** 베네딕토 16세, 볼파노-브레사노네 교구 성직자들에게 한 연설, 2008.8.6, ASS 100(2008), 634면

 

출처 :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슈바이처의 생명에 대한 외경 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우리 자신 이외의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이외의 것들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 나의 눈이 풀 한 포기를 바라볼 수 없다면 옆에 있는 사람이라도 바라보아야 한다. 한 번에 범위를 넓혀 갈 수 없다면, 작은 것부터 하나씩 범위를 넓혀 나갈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